손바닥이 따끔거리며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2019.08.27  (화) 09:50:45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bgusp@newsmp.com)
손을 코 근처로 가까이 가져 왔다. 냄새를 맡기 위해서였다. 왜 그런 행동을 내가 했는지는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떤 행위마다 반드시 그렇게 한 이유가 동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는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때 내 행동과 인식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호기심 때문이라고만 해두자. 어떤 냄새일까 하는 호기심이 그 순간 일었던것이다. 뱀의 냄새를 맡아 봐서 뭘 어쩌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야생의 날것이 풍기는 그 미묘한 냄새가 길고 긴 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그 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빠르지 않고 서서히 오른손을 들어 코에 가까이 댔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냄새는 확실히 느껴졌다.

뱀의 냄새였다. 당연했다. 뱀을 잡고 있었던 손이었으니 뱀의 냄새가 남아 있는 것은 분명했고 그 냄새가 코를 통해 뇌로 전달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었다.

그 냄새를 어떤 냄새와 비교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설악산 공룡능선의 야생 독사 냄새를 여기서 정확히 묘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나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고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물은 이렇다.

비릿하다. 그것은 생선의 비릿한 것과는 다르다. 동물성 지방의 썩어 가는 냄새도 조금 섞였다. 고여있는 것이 섞은 것이라고나 할까. 혐오감을 줄 만한 것을 봤을 때 고개를 돌리는 것과 같이 그 냄새는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좋은 냄새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술을 많이 먹어서 의지력과는 상관없이 속에 있는 음식물이 터져 나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비릿한 것의 실체를 궁금해 할 때 나는 그만 토하고 말았다.

산속에서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속에서는 나올 것이 더 있는지 두 어 번 더 입밖으로 음식물이 튕겨져 나왔다.

냄새 때문에 토한 것은 솔직히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음식이든 그 어떤 냄새든 냄새 때문에 토하지 않았다. 전무후무한 것은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그래서 그 기억이 지금 생생하다. 왼손으로 배를 잡고 고개를 조금 숙이고 옆으로 돌린 입에서 토사물이 나오는 그 때는 내가 휴가 3일 가운데 이틀을 허비하고 있을 때 였다.

해는 떠오르고 있었다. 능선의 언저리를 비추는 붉은 기운은 이제 색 대신 빛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나는 토사물을 발로 차서 덮고는 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다시 고민했다.

계곡물이 멀리 있다는 것은 앞서 설명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침을 탁하고 손에 뱉었다. 침으로 손의 냄새를 씻어 보자는 심사였다.

그러나 침 묻은 손을 다른 손으로 비벼 볼 엄두는 내지 못했다. 손에 침과 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나는 침이 마르기를 기다려야 하는지 제거해야 하는지 한동안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 손에 어떤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조금 따끔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부어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손바닥의 지문이 더 선명해 졌다.

길게 세 줄로 뻗은 지문이 뚜렷해진 것은 그 부분의 색깔이 검붉게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끔거리면서 손바닥이 부어오르자 나는 필경 뱀독 때문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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