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바다에서 주변을 탐색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2019.09.17  (화) 08:53:36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bgusp@newsmp.com)
늦은 점심을 먹었다. 노동으로 고단한 육체였지만 허기지지 않았다. 느긋하게 커피와 빵을 먹었다. 파란 물결에 흰 파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가는 여름을 아쉬워했다.

음식은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깊고 달기보다는 썼고 부드럽기보다는 거칠었고 묵직하기보다는 가벼웠던 커피와 빵에 대한 품평을 길게 할 생각은 없다. 그러려니 했다.

자주 가서 확인해 보지 않은 곳을 무턱대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지방 방문객의 한계라고나 할까. 어쨌든 경치 하나는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나는 떠나는 그 순간까지 창밖의 시선을 안으로 거두지 않았다.

일 때문에 보는 파도와 이층 창가에서 쉬면서 보는 풍경은 같을 수가 없었다. 멀리서 보트 한 대가 물보라를 심하게 일으키며 왔다가 사라졌다. 속도가 대단해 빨랐다.

그에 따라 커다란 흰 물줄기가 사방으로 갈라졌다. 그때 창밖으로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갔다. 무어지, 아쉬움을 달래지 못한 늦 매미인가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나머지 커피를 마저 마시면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다가 나는 털썩하고 자리에 다시 주저 앉았다. 혹시, 절대자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럴지도 몰랐다.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만나지 못한 절대자가 이곳 경포 바다에서 주변을 탐색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나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대로 앉아서 무심하지 않은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머리를 비워 두지 않은 것은 한 번 더 지나갈지도 모를 절대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나 그림자 같은 것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환영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간절히 원하면 그러할 수도 있다.

흔하지 않치만 사람들은 간혹 그것을 보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자 초조함보다는 되레 편안함이 몰려 왔다.

그래서 나는 다른 곳으로 옮겨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더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자리를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이내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거라는 지레짐작으로 여기서 에스프레소를 한 잔 더하기도 작정했다.

맛은 포기했으므로 그냥 아무거나 시킨다는 마음이었다. 내가 그렇게 한 것은 말짱한 정신을 유지해 헛것을 보지 않으려는 다짐 때문이었다. 맛이 아닌 카페인의 힘을 믿었다.

혹시 절대자가 온다면, 소리 소문없이 비어있는 맞은편 자리로 다가와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입으로 묻는 대신 눈짓을 해 온다면 서슴없이 나는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절대자는 대답을 기다리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가 그런 것은 상대를 무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을 관장할 수 있으나 간혹 무시해 버리는 절대자는 바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무진장 싫어했다.

그래서 나는 지난번에 절대자에게 해주어야 할 내 대답을 머릿속으로 한 번 더 정리했다. 수 십번도 더 외워서 애국가 첫 소절처럼 죽을 때도 잊지 못할 그 단어가 입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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