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고양이도 지나가지 않았다

2019.09.25  (수) 10:32:48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bgusp@newsmp.com)
드러난 몰골이 ‘슬픈 기사’를 닮았다고 천장을 묘사해도 될까.

가지런하게 벽을 감추지 않고 철근과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옷을 입지 않은 해골과 같은 풍경이 장식을 대신했다.

인테리어는 소박했으나 앞으로 나온 에어컨과 전등의 갓은 그대로 노출됐다. 앞서 슬픈 몰골을 했다고 한 것은 드러났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풍성하지 않고 가느다란 것은 대개 초라하고 그런 것은 기쁨보다는 슬픔과 연관되기 십상이다. 가진 것이 없으면 두려울 것도 없지만 남이 보기에 호졸근하다. 그런 것은 감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갑자기 돈키호테가 생각났다. 무작정 돌진하는 돈키호테라면 지금 어떤 행동을 취할지 그려봤다. 창을 꼬나 잡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급하게 쑤셔 댈지 몰랐다. 검은 전등과 에어컨 장식이 박살 나고 숨은 도둑을 잡았다고 큰 소리 치는 돈키호테가 지금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천장에 절대자가 붙어 있으리라는 생각은 접었다.

다시 찻잔을 잡았다. 조심스러웠음에도, 잔에 남은 것이 거의 없음에도 검은 물결이 심하게 출렁였다. 마치 쓰나미가 몰아치는 해변의 파도 같았다. 밖으로 넘쳐 흐르지는 않았으나 깜짝 놀란 것은 분명했다. 뜨거운 것이 옷을 적시고 살을 데일지 몰랐다.

심장이 뛰었다. 이것은 절대자가 멀리 있지 않고 근처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이제 나는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더이상 구시렁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멀리 혹은 가까운 주변을 눈여겨봤다. 눈에 힘을 주고 전방을 주시하다가 발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절대자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옷자락 스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흔한 고양이가 지나가지도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건물 밖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절대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올 때가 아직은 아닌가 보다. 미련을 버리고 나는 빠른 속력을 내는 기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기차 안에서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 않았다. 곧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산속에서 지낸 시간과 경포 바다에서 쉬기보다는 허둥댔기 때문에 피곤이 몰려 왔다.

잠속에서 꿈같은 것은 꾸지 않았다. 다만 깰 무렵 바닥에 내려놓은 배낭이 조금 덜컹거리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그것을 찻잔이 흔들렸을 때처럼 절대자가 온 것으로 지레짐작하지는 않았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정신이 약해질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무관심하기로 했다. 비록 지금 당장 절대자가 옆자리에 앉아 포도주 한잔을 권해도 놀라지 않겠다는 다짐했다. 부산을 떨고 안달하면 할수록 자신만 손해다.

그런다고 절대자가 오고 그러지 않는다고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착 역이 가까이 오면서 열차는 서서히 속력을 줄였다. 빠르게 지나갈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간판들이 보이고 사람들의 형상이 선명해질 즈음 차는 완전히 멈췄고 나는 서둘러 내렸다. 내일 출근과 출근 후의 일들, 그리고 만날 동료들과 그들에게 해줄 이야기 들은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것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그대로 나오는 대로 하면 될 것이다.

준비라는 것은 딱히 없었다. 현장에서 청소도구를 챙기고 바로 쓰레기를 줍기만 하면 된다. 이처럼 단순하고 좋은 일을 사람들이 마다하고 꺼리는 것을 하고 있다니 나는 속으로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나는 걷거나 뛰면서 30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 의약뉴스(http://www.newsmp.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인체탐험 직접연습 소설 보기
뉴스홈으로 이동
PC버전

newsmp.com- 차별화된 뉴스

Copyright © newsmp.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