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가체계 개편 "醫-政간 신뢰 회복이 우선"

의료정책硏, 연구보고서...정부 개편안 문제점 지적

2019.10.02  (수) 06:27:2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cyvaster@newsmp.com)
최근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심사평가체계 개편에 앞서 심사제도 전반에 걸친 의료계의 불신을 해소하고 정부와의 신뢰관계 형성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안덕선)는 최근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 검토’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2017년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라 건강보험의 심사·평가시스템 개편 작업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부터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위한 협의체를 추성,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다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부의안건으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안’을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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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2018년 제22차 건정심 부의안건 회의자료 중 일부.

의협은 심사평가체계 관련 논의과정과 기자회견을 통해 개편안 중단 및 원점에서의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개편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상황이다.



심평원이 추진하고 있는 심사체계개편의 핵심은 기존의 건별 심사에서 벗어나 주제별 분석지표를 개발, 기관단위로 관찰·분석하고 환자 중심의 에피소드(주제) 단위 심사, 의학적 타당성 중신의 심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소는 “개편안은 주제별 분석이라 다양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단위를 더 세부적으로 확장시킬 여지를 두고 있다”며 “이 경우 심평원은 각 단위별 의료 이용 및 제공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고 특히 의무기록 등과 연결할 경우 더욱 강력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의학적 타당성 중심의 심사로 전환된다는 방향만 제시할 뿐, 어떻게 판단해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며 “특히 의학적 타당성을 정의하는데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각 상황에 대한 의학적 특수성이 달라 환자 및 의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야한다”고 전했다.



이에 의학적 타당성에 어떤 내용을 반영하고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또한 심평원이 진료비 심사제도에 활용될 분석 지표를 다양하게 개발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 “지표의 경우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및 검토가 필요하고 지표 사용에 대한 합리적 근거 등을 제공해 의료계와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제별, 의학적 타당성 기반의 분석심사를 위해 의무기록 기반의 자료수집이 가능하도록 청구명세서를 대폭 개편한다는 심평원의 계획에 대해서도 “청구명세서 개편의 목적이 개별 환자의 특성, 실질적인 진료내용과 그 결과 등 모든 임상정보를 수집·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타당성 및 적절성, 개인정보 문제 등과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일각에서는 심사분석단위를 세분화하고, 의무기록 등과 연결할 경우 총량 파악이 가능해 총액관리와 같은 의료비 통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의료계와 합의가 선행돼야한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심평원이 동료의사 심사를 위해 단계적 의사결졍체계를 구성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3단계 의사결정기구의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해 제도운영기구라는 상위기구(TRC)의 경우, 심사평가체계 개편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 사회적 협의체이기 때문에 의료계, 가입자, 공익대표, 심평원이 참여한다”며 “의료라는 분야의 특수성, 전문성을 고려하고 심사체계 개편의 취지 등에 비춰 구성원에 가입자 참여가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사의 참여 확대와 관련, 각 지역별로 종별/주제별 위원회를 꾸려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지와 개원의가 심사활동에 참여할 여건이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는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위해 ‘요양급여비용 심사·지급업무 처리 기준’ 고시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심사 분석 단위의 세분화 및 근거 규정 마련, 심사 후 사후관리 강화, 복지부 장관 권한 강화(심사제도 운영위원회 설치 등), 정보통신망 활용 관련 규정 확대 등이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의학적 타당성 중심의 심사평가체계로 개편하겠다는 심평원의 당초 취지와 다른 것으로, 분석심사의 근거를 마련하고 진료비 심사 후 요양기관에 대한 사후관리 등을 강화한 것”이라며 “특히 심사제도의 전제조건인 심사기준, 심사지침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의료기관 및 의료비 모니터링을 강화하려는 목적에 치중된 것으로 보이고, 복지부 장관의 권한을 강화한 방향성 역시 심사제도의 독립적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정책연구소는 “진료비 심사제도의 목적은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위해 진료의 적정성을 심사하고 적정 진료를 유도해야지, 건보재정 절감을 목적으로 운영해선 안 된다”며 “그간 쌓여온 의료계의 불만과 정부와의 신뢰 관계를 고려할 때 단계적인 개선을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심사체계 개편방향에 포함돼 있는 세부 기준과 내용에 대해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및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어, “심사평가체계 개편에 앞서 심평원은 진료심사평가위원회 운영개선, 외부전문가 참여 확대한 심사 일관성 평가체계 운영, 청구요류 사전점검서비스 활성화, 불합리한 심사기준 개선 등을 병행과제로 제시했다”며 “병행과제를 선추진함으로써 의료계와 신뢰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소는 “심사제도에 대한 불신과 우려 등으로 심사체계 개선을 위한 논의는 어려운 문제”라며 “관련 논의구조부터 내용, 기획 단계부터 끝까지 전 과정에 걸쳐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한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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