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복기(카복시)는 의사보다 한의사가 더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최근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내려진 복지부의 면허정지처분을 고법이 취소한 가운데, 카복시를 사용해 비만치료를 한 한의사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한의사에 대한 항소심이 주목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일 카복시를 사용한 한의사 A씨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한의사 B씨에 대한 항소심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피고인측에서 요구한 증인 2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현직 한의대 교수이자, 각각 카복시,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해 치료 및 진단을 하는 이들이다.
먼저 카복시 사건에 증인으로 참석한 C씨는 한의사가 카복시를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미 앞선 한의사 뇌파계 판결에서 안전성이 주요한 판단 요소였던 만큼 한의사가 카복시를 사용해도 안전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 특히 뇌파계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해도 2등급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인 점을 착안, 카복시 역시 2등급 의료기기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C씨의 증언 핵심은 이미 4~9㎝가량 시침을 사용하고 있는 한의사에게 1.2㎝밖에 안되는 카복시의 바늘은 사용하기 쉽다는 점과 복부 쪽의 경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한의사가 의사에 비해 카복시를 훨씬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C씨는 “4~9㎝, 시침 뿐만 아니라 장침까지도 능숙하게 사용하는 한의사들은 1.2㎝밖에 안되는 카복시의 바늘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며 “경혈에 기(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카복시는 한의사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한방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의사들은 한의사가 카복시를 사용하면 기흉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데 복부의 다양한 혈자리를 알고 있는 한의사가 이런 부작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은 없다”며 “오히려 의사들은 육안으로 보고 카복시 바늘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혈에 대한 지식이 있는 한의사가 카복시를 더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검사 측은 "카복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부학적 지식이 있어야하는데 한의대에서 받는 해부학 수업은 특강이나 잠깐의 실습에 불과하고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선 카복시를 사용할 수 있는 의사와 협진을 하는 것이 낫지 않냐"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C씨는 “모든 한의과 대학에서 해부학 수업은 전공필수 과목이며, 의대생과 한의대생은 차이가 없을 정도로 동등한 수업을 받는다”면서 “의사 협진부분도 의학과 한의학은 이론과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협진을 할 수 없으며, 설사 한의사가 협진을 요구한다고 해도 의사가 협진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진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한 한의사 B씨의 사건 증인으로 나선 모 대학교수 D씨는 한의사가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는 건 어디까지나 정확한 한의학적 진단을 내리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D씨는 “초음파진단기는 영상을 제공해주는 영상장비이지 의사가 경험, 지식을 가지고 진단을 하는 진단기기가 아니다”라며 “초음파를 통해 얻는 정보를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을 통해 근본적 원인을 정확히 파악, 정확성을 더해주는 의료기기”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초음파진단기를 사용하기 위한 해부학적 지식에 대해 한의사도 한의대 교육과정을 통해 의대생들과 동등한 수준의 교육을 받게 되면 의대생과 한의대생이 받는 교육은 차이가 없다”며 “일반의사들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초음파 기기를 한의사들은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검사 측이 ‘초음파진단기를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하다보면 놓치게 되는 오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던진 질문에 대해 D씨는 “한방에서 위중한 병증은 양방에서도 위중한 병증이기 때문에 배에 물이 가득한 복수의 경우에는 상급기관으로 전원하게 된다”라고 답변했다.
이날 증인심문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순간이 바로 이때 벌어졌다. 재판장이 “이 사건 내용을 보면 B씨가 한 환자에게 수차례 초음파 촬영을 했는데, 이 환자는 양방의원에 가서 암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면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D씨는 “나는 내과 전문의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산부인과쪽 초음파는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재판장이 대학에서 초음파를 가르치는 분 아닌가? 그런 입장에서 답변해달라고 재차 묻자 D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내용은 잘 모른다"면서 "한의사가 초음파를 써야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말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검사 측과 재판부에서 초음파진단기에 대한 오진 가능성에 대해 묻자 피고 측 변호인이 나섰다. 변호인은 “한의사들이 보는 관점은 한방에 대한 부분이지 서양의학적으로 이런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는 건 아니다”라며 “서양의학적 병명에 대한 오진 여부는 한의사가 보지도 않는데, 오진인지 여부에 대한 개념이 있을 수 없고, 한방적인 개념으로 볼 때 오진인지 아닌지 여부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를 수 있느냐”고 물었고 D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변호인은 “이 같은 오진은 한의대에서 교육을 잘 시켜서 오진 가능성을 없애면 되는 거 아닌가? 양방의 병명을 우리가 오진한다는 개념은 우리가 보지를 않으니까 오진 여부를 전제자체를 안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D씨는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 나온 한의계측 주장을 들은 의료계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회장은 공판과정에서 나온 카복시에 대한 증언에 대해 “해부학적 지식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는 의료기기가 카복시인데 한의대에서 배우는 해부학적 지식은 충분하지 않다”며 “카복시 바늘을 사용할 때 혈관, 신경을 피해야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 사용하면 환자에게 큰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주현 기획이사겸대변인도 “초음파나 카복시 같은 의료기기는 정확한 진단 하에서 사용하는 게 맞다”며 “카복시의 경우는 그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는 기와 혈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도 한의학적 이론에 현대의료기기를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면 결국은 한의사들이 국민들에게 비웃음을 사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기존에 사용하던 한방 의료기기나 열심히 개발해서 사용해야지, 특히 초음파처럼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것을 사용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