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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료 보전 없는 검체 수가 인하, 동네의원 검진 포기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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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료 보전 없는 검체 수가 인하, 동네의원 검진 포기 부른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26.11.0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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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학회 "건당 7000원 손실 불가피"...“상담료는 초진 52% 불과한데 검체 수가만 칼질”

[의약뉴스] 국가검진 검체검사 위ㆍ수탁 제도 개편과 검체 수가 인하 움직임에 개원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채혈과 검체 보관, 사후 상담 등 의원급이 감당하는 막대한 행정 비용 보전 없이 수가 인하와 분리 지급을 강행할 경우, 일차의료기관의 대규모 ‘검진 포기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건강검진학회(회장 조연희)는 1일 더 그랜드 롯데에서 제12회 추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검체검사 위ㆍ수탁 제도 개편을 비롯해 상급종합병원 고가 VIP 검진 쏠림, 만성적인 검진비 미지급 사태 등 국가건강검진 제반 현안에 대한 학회의 입장을 밝혔다.

▲ 한국건강검진학회는 1일 ‘제12회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 한국건강검진학회는 1일 ‘제12회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일반검진 건당 최대 7000원 적자, 진찰료 보전 없이 검체 수가만 깎아”
학회는 이 자리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 검사에 이어 국가건강검진으로 확대하려는 ‘검체검사 위ㆍ수탁 제도 개편(수탁기관 분리 청구ㆍ지급 및 인증 기준 강화)’안을 강하게 성토했다.

조연희 회장은 “검사에 대해 공단이 검사실에 직접 지불하는 지불 방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내년부터는 검체 수가 인하까지 함께 예고된 상태”라며 “공단 일반검진 검사 수가는 급여 검사 수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일차의료 검진기관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학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이상지질혈증을 제외한 단순 일반 패키지에서만 건당 약 3600원의 손해가 발생하고, 이상지질혈증까지 포함하면 건당 약 7000원, 여기에 B형ㆍC형 간염 검사가 더해지면 손실 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서 “현재도 검진 당일 행정ㆍ상담료는 일반 초진 진찰료의 52.1% 수준으로 턱없이 저평가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검자 문진과 채혈, 검체 보관 및 안정성 유지, 결과 통보, 사후 상담 등 전 과정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데, 행정 비용 보전 대책 없이 검체 수가마저 깎는다면 의원들은 검진을 접을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오태훈 총무부회장도은“내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락해 향후 10~20년 뒤 내과 의사 부족이 심각해질 위기 상황에서, 암과 심뇌혈관질환을 조기에 걸러내는 일차의료 검진 인프라를 정부가 앞장서서 흔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번 개편의 명분이 ‘진찰료 저평가 해소를 위한 재정 확보’라면서, 급여 진료만 보상안을 내놓고 검진 쪽은 진찰료 인상 언급이 전무하다”며 “검체 수가 인하를 감내하면서까지 마이너스를 보고 검진을 유지할 의사는 없다"고 일갈했다.

충분한 수가 보장과 배분율 현실화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윤경한 총무이사 역시 “채혈과 문진 현장에서 환자를 응대하고 설명하는 수많은 감정 노동과 정성적 비용은 전혀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량화할 수 있는 검사비만 깎을 것이 아니라 의원급의 행정 관리 비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형병원 수천만원 VIP 검진 치중, 일반검진 1차 전담ㆍ사후상담료 신설 필수”
상급종합병원의 상업적 검진 행태와 의료전달체계 왜곡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태인 공보이사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은 중증환자 진료 집중을 명분으로 2021년부터 공단 일반검진을 중단하고도 연회비 최대 2600만 원대에 달하는 VIP 회원제와 고가의 비급여 검진 사업을 유지해 국감에서 지적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3차 대형병원이 공단 일반검진을 고가 비급여 패키지 유치를 위한 ‘끼워팔기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행을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만성질환 선별 중심의 일반건강검진은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이 전담하고, 3차 병원은 검진 후 발견된 중증 유소견자의 정밀 확진과 치료에만 집중하도록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역할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

이석종 홍보ㆍ정보통신부회장은 검진 후 사후관리 체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형 검진센터에서 40세 여성이 골밀도 검사를 받고 Z-스코어가 아닌 기계적 T-스코어 판독으로 ‘골다공증이니 빨리 병원에 가라’는 식의 불안을 겪거나, 55세 고혈압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안일하게 상담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환자의 평소 기저질환과 상태를 가장 잘 아는 동네 의원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후상담료’ 신설과 유기적 연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윤경한 총무이사, 오태훈 총무부회장, 조연희 회장, 이석종 홍보ㆍ정보통신부회장, 이태인 공보이사.
▲ (왼쪽부터) 윤경한 총무이사, 오태훈 총무부회장, 조연희 회장, 이석종 홍보ㆍ정보통신부회장, 이태인 공보이사.

 

◆"2년씩 밀리는 외상 검진비, 은행 이자라도 지급해야" 
국가 암검진 사업 등에서 지자체 예산 소진과 공단 행정 착오로 검진비 지급이 장기간 지연되는 ‘외상 검진’ 사태에 대해서도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현행 ‘선(先)검진 후(後)정산’ 구조 탓에 지자체 예탁금이 조기 소진되면 일선 의원은 검진 대금을 1~2년씩 받지 못한다는 것.

이태인 공보이사는 “의료기관은 과태료나 세금이 조금만 늦어도 가산금과 연체료를 무는데, 행정기관은 정당하게 청구한 검진비를 1~2년씩 미루다가 나중에 원금만 툭 던져준다”며 “지연 지급 시 은행 이자라도 가산해 지급하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연희 회장은 “지자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료ㆍ복지 예산이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것이 문제”라며 “연말에 멀쩡한 도로 보도블록 교체할 예산은 있으면서 국민 건강과 직결된 검진비를 체납하는 것은 행정의 성의 부족으로, 정부 차원의 전수 조사와 즉각 정산, 예산 집행 체계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첫 ‘디지털 체험존’ 개원가 호평
학회는 지난 춘계학술대회에서 제기했던 주요 제도 개선 과제의 추진 현황도 설명했다.

올해 만 56세ㆍ66세를 대상으로 COPD 조기 발견을 위해 도입한 폐기능 검사의 ‘최소 3회~최대 8회 반복 시행’ 고시와 관련, 조 회장은 “호흡기알레르기학회와 논의를 거쳐 검사 결과가 정상인 경우 2회 검사만으로도 인정하는 방안을 보건당국과 협의 중”이라며 “다만 아직 완전히 확정된 단계는 아니어서 지속해서 챙겨볼 것”이라고 전했다.

검진 항목의 성별 불균형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성 이상지질혈증 시작 연령(현행 만 40세)을 남성(만 24세)과 동일하게 20대로 앞당기고 검사 주기를 2년으로 환원할 것을 촉구했다.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당장 국가검진 전면 도입이 어렵다면 국립암센터 차원에서 조기 선별(PSA 검사) 가이드라인 제정 연구부터 첫 발을 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학회는 이번 학술대회 현장에 AI 내시경 병변 검출, 영상판독 AI, 무통 레이저 채혈기, 혈액 기반 알츠하이머 위험도 검사 등을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는 ‘디지털 체험존’을 처음으로 마련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조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최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하고, 스타트업 기업은 검진 현장에 기술을 알리는 ‘상생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며 “일차의료기관의 검진 역량 강화와 권익 수호를 위해 학회 차원의 정책 제안과 학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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