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협 김세헌 감사에 대한 대의원총회의 불신임결의의 효력이 정지됐다. 이로써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효력이 정지돼,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불신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29일 김세헌 감사가 대한의사협회를 상대로 제기한 대의원총회 불신임결의 효력정지 등 가처분소송에서 김 감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김 감사에 대한 불신임결정은 본안 소송 선고시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재판부는 감사에 대한 불신임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의협 정관 제20조의2 제1항에 의하면 ‘제11조 규정에 의해 선출된 임원’에 대해 불신임결의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20조 제6호에서도 임원불신임에 관한 사항이 대의원총회의 의결사항으로 되어 있다”며 “감사에 대한 불신임은 이 규정에 근거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원에 대한 불신임제도는 회원의 신뢰를 상실한 임원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민주주의적 장치 중의 하나로, 이런 관점에서 불신임 사유에 대해 폭넓게 인정할 여지도 있다”고 풀이했다.
감사의 경우 업무의 특성상 다른 임원보다 높은 독립성과 신분보장이 요구되며, 실제 정관상 3년 임기를 명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의원회 의결로 제정된 감사업무규정 제4조 제1항에서는 감사의 신분보장과 직무상 독립성을 명시하고 있는 점을 종합해 보면, 정관상의 불신임사유에 해당하는 감사의 행위는 제한적으로 봐야한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재판부는 김세헌 감사가 7000여명의 회원이 불신임요청을 한 추무진 집행부에 대해서 졸속·편향 감사를 했다는 대의원회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 및 원격의료 등과 같은 정책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문제에 관해 최종적인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감사가 적극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에 관해 의문이 있다”며 “7000여명의 회원이 추무진 회장에 대해 불신임요청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감사가 그에 대한 감사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7000여명의 회원이 추무진 회장에 대해 불신임요청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김세헌 감사가 적극 감사를 해야한다는 의무를 인정한다면 오히려 감사의 독립성에 위배될 여지가 크고, 감사 업무 자체에 큰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대의원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재판부는 감사의 범위에 대의원회 및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포함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감사업무규정 제3조에서 규정한 감사의 범위에 대의원회 및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의협 대의원회는 감사원법 제24조 제1항, 제3항의 유추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 규정들은 공무원 등에 대한 직무감찰의 범위에 대한 것으로 해당 사안의 감사 범위를 해석함에 있어 참고할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감사보고서 중 문제된 부분은 ‘대의원회 내지 운영위원회가 한 행위에 대해 10차례 정관위반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대의원회를 사실상 불법단체로 규정’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라며 “감사가 감사업무를 수행한 다음 특정 행위가 정관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면 그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총 38쪽의 감사보고서 중 해당부분은 일부에 불과하고, 해당 내용 또는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의뢰해 그에 기초해 한 것인 사정을 고려하면 감사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이 기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4개 감사 직무 중복 및 편향감사에 대해서도 “의협 회장, 상근부회장 및 상근이사는 당선되거나 임명된 날부터 3월이 경과한 이후에는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정관에 규정돼 있지만 감사는 어떤 규정도 없다”며 “감사가 다른 단체의 감사 직무를 수행한다는 사정만으로 정관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이런 행위가 의협 정관에 규정된 불신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세헌 감사가 대의원총회에서 감사로 선임됐음에도 무효인 불신임결의에 의해 감사 직무가 제한됐고, 잔여 임기 등에 비춰볼 때 본안소송에 의할 경우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불가능해 보인다”며 불신임결의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에 대해 김세헌 감사는 “소송에서 이기고 지고의 문제를 떠나서 감사가 감사업무를 수행하는데 대의원 또는 대의원회 의장을 불편하게 했다고 대의원들을 동원해 불신임한 것”이라며 “정관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을 이유로 감사를 불신임한 것에 대해서는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과 이동욱 대의원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