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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오장군의 발톱(1974)- 꽃분이는 어찌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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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 오장군의 발톱(1974)- 꽃분이는 어찌하라고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5.06.09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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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사회에서 고문관은 좋은 말이다. 그 좋은 말이 군대에 가면 반대가 된다. 관심사병이라고나 할까. 그 관심사병이 제대하고 나면 기업이나 정부의 고문관으로 활약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애초의 뜻에 걸맞은 역할을 척척 해내는 것이다. 그러니 군대라고 해서 함부로 낙인찍지 말자. 고문관이라고, 문제사병이라고. 박조열의 희곡 <오장군의 발톱> 주인공 오장군만 해도 그렇다.

사회에서는 성실한 청년이었다.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효자 아들이고 꽃분이를 사랑하는 멋진 사나이였다. 거기에 얼마나 똑똑한지 군대 가면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 정도였다.

대포알에 맞아 죽는다는 것.  군대 간다고 다 죽느냐고 꽃분이는 따져 본다. 하지만 쇠돌이, 북쇠, 칠보, 칠월이, 돌쇠 등등 군대 가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다고 당당히 말하는 오장군. 꽃분이는 이 말을 듣고 결단을 내린다.

저 나무 뒤에 가서 당장 결혼하자, 우리 애를 만들자.

오장군은 너 미쳤느냐고 소리치지만 달아오른 몸은 꽃분이와 함께 요동친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오장군. 거사를 치르고 난 오장군은 다음 할 일을 또 정확히 알고 있다. 감자밭을 매야 한다는 것.

순진한 농부 오장군. 그런 오장군이 입대하자마자 고문관으로 낙인찍혔다. 개새끼, 밥통 새끼, 걸레 같은 새끼 등 욕을 먹고 있다. 번호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니 훈련조교의 입에서 연신 밥통 새끼라는 말이 터져 나올 만하다.

야간침투 훈련 중에는 기관총 소리에 겁먹고 전진하지 못한다. 눈을 부릅뜨고 와들와들 떨고 있을 뿐. 훈련 성적은 안봐도 비디오다. 사격술, 화기분해법, 분대전술이 다 빵점이다.

훈련만 그런 게 아니다. 장교 변소를 무단 이용해 중노동 이일에 무단이탈로 영창 삼일을 받았다. 입대해서 고작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오장군의 실적은 이렇다.

하지만 장군은 그 기간 동안 고향 어머니에게 무려 12통의 편지를 쓴다. 꽃분이에게는 배속이 아이가 보나마나 쌍둥이라면서 불러오는 배를 잘 간수하라고 다짐을 준다. 다정다감한 우리의 오장군.

그런데 군대에서 그는 마이너스 인생. 어찌어찌 훈련이 끝났다. 이제 전투에 참가해야 한다. 그것도 최전방에서. 그러기 전에 머리카락을 자르고 손톱을 깎는다. 시체를 찾지 못할 것에 대비해.

오장군은 발톱까지 자른다. 과연 오장군 답다. 이 무렵 고향 땅의 엄마는 소집 영장 편지를 또 받는다. 알고보니 같은 동네에 이름이 같은 오장군이 있었던 것.

▲ 오장군은 이름과는 달리 파이브 스타가 아닌 이등병으로 군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스파이 작전에 투입돼 입대 한 달 만에 죽었다.
▲ 오장군은 이름과는 달리 파이브 스타가 아닌 이등병으로 군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스파이 작전에 투입돼 입대 한 달 만에 죽었다.

절차가 잘못된 입대니 물러야 마땅하다. 하지만 전시에서 그것도 아무 빽도 없는 엄마와 꽃분이는 그걸 해낼 수 없다. 운수 나쁜 내 아들을 한탄할 뿐. 그건 그렇고 전선에 투입되는 오장군 부대.

장갑차 운전병은 전선 20킬로 후방에서 하차를 명한다.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오줌을 싸라는 것.( 놀라서 바지에 오줌을 지리지 않도록.)

자, 이제 전쟁터 상황을 보자. 오장군이 속한 동쪽 나라 사령관은 작전회의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서쪽나라에 비해 열세다. 뒤집어야 한다. 그는 역공작을 계획하고 있다. 세 끗을 가지고 팔 땡을 쥔 자를 제압할 수 있는 도박과 같은 힘을 지닌 역공작.

마침 힘이 고릴라처럼 센 오장군이 사령관의 마사지병으로 차출된다. 사령관은 그가 들을 수 있도록 작전 회의를 한다. 그리고 그를 적의 관측소에서 잘 보이는 곳에 팽개치고 철수한다.

스파이로 파견된 순진한 오장군은 자신이 스파이 인줄 모른 채 계획대로 적의 포로가 된다. 한편 수만 명을 죽이고 부상시킨 사령관은 그깟 일개 관심 병사 이등병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포로 오장군은 제네바 협약의 도움을 받지 못한채 총살형을 당한다. 서쪽 나라 사령관은 예우를 갖춘 형 집행을 명령한다. (동쪽 나라 사령관의 마음은 측은지심일 것이고 서쪽 나라 사령관의 지시는 적에 대한 예우일 것이다. 거꾸로 매달린 고문에도 진실을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로써 별 다섯 개의 대장부로 자라기를 바랐던 엄마의 바람은 산산조각 났다.

전쟁의 참상과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병사들의 비애, 분단 현실을 고스란히 담은 <오장군의 발톱>은 1974년 발표되고 난 후 무려 14년 동안 공연되지 못했다.

박정희 유신 정권의 예술 검열 정책 탓이었다. 1988년에 가서야 겨우 초연했는데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주인공의 순수성, 자연과 인간애와 전쟁터의 야만성, 비인간성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공간의 비교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팁: 멀쩡한 농부였고 효자였던 그리고 꽃분이를 사랑했던 청년 오장군의 죽음.

군대 간다고 다 죽지 않는다고 큰소리쳤으나 자신의 머리로 날아오는 대포알 대신 총알을 피할 수 없었던 오장군. 오장군은 자신이 왜 죽는지 이유도 알지 못했다. 순진한 오장군, 고문관 오장군, 관심사병 오장군.

오장군의 죽음으로 동쪽 나라는 시간을 벌었고 서쪽나라는 공격할 기회를 잃었다. 스파이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장군은 오장군 답게 동쪽나라 만세 대신 꽃분이, 엄마, 먹쇠를 외치며 죽었다. (먹쇠는 사람이 아니라 그가 키우던 암소 이름이다. 한편 그의 쌍둥이 아이들은 아빠 없이 세상에 태어났다. 태어난 아이들과 꽃분이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김재한 감독은 2018년 동명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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