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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오월제 (1920)- 물질과 가난, 그리고 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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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오월제 (1920)- 물질과 가난, 그리고 젊음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5.08.03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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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고든과 필립. 둘은 예일대 동창생이다. 이것 말고는 같은 것이 없다. 다른 것의 첫 번째는 우선 경제력이다. 고든은 빈털터리다. 반면 필립은 풍족하다 못해 넘쳐난다.

졸업 후 둘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고든은 수출회사에서 해고됐다. 설상가상으로 여자로부터 돈의 압박을 받고 있다. 주얼은 고든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다.

반면 필립은 잘 나가는 회사에서 휴가를 받아 요 며칠 동부여행을 하면서 즐기고 있다. 군색한 고든이 필립이 묵고 있는 빌트모어 호텔을 찾는다. 그리고 앓는 소리를 한다.

자신은 지금 엉망진창이고 기진맥진한 상태라는 것. 시체나 다름없고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가망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물질이 없으니 정신까지 무너졌다.

과연 고든은 거의 미친 상태에 빠져 있다. 행색은 초라하고 태도는 비참할 정도로 비굴하다. 그런 고든에게 필립은 옛정을 생각해 동창들이 모이는 오월제 파티에 초대한다.

고든은 필립이 준 5달러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그의 귓전에는 파티에 그의 옛 애인 이디스가 온다는 소리가 자꾸 맴돈다. 그와함께 그림을 팔아 돈을 값겠다고 3백달러만 빌려 달라고 애걸했으나 멋지게 거절당한 수치심이 온몸을 검게 물들인다.

그 돈만 있으면 일주일 편히 쉬고 새 양복으로 갈아입고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하지만 이런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고든의 절망과는 달리 거리는 왁자지껄하다. 여자들은 보석상 앞에서 결혼반지와 금시계를 고른다. 퇴역한 군인들은 거리를 행진한다.

바야흐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유와 풍요, 애국심과 무질서가 공존하는 뉴욕의 풍경이 고든 앞에 펼쳐지고 있다.

행진 하는 무리에는 퇴역 군인 키와 로즈와 포함돼 있다. 거기에 일단의 군중들이 모여 있다.

유대인이 외친다. 당신들은 전쟁으로 무엇을 얻었나. 너는 부자인가, 돈이 많나. JP모건이나 록펠러 말고 누가 돈을 벌었나. 그러나 유대인은 성난 군중에게 곧 끌려 나와 패대기쳐진다.

▲ 돈과 환락, 젊음과 죽음은 '오월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되겠다.
▲ 돈과 환락, 젊음과 죽음은 '오월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되겠다.

이 빨갱이 놈, 빌어 먹을 볼셰비키 놈이라는 욕설과 함께. 구경 한 번 잘 했지만 키와 로즈는 계소 무리를 따라 다니기보다는 곧 대열을 이탈한다. 그들의 관심은 온통 술을 먹는 데 있다.

금주법 시대지만 키의 형이 웨이터로 있는 호텔에 가면 가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호텔은 앞서 말한 대학생놈들이 잔뜩 몰려와 댄스 파티는 여는 바로 그곳이다.

둘은 키의 형이 가져온 위스키를 먹고 파티를 구경한다.

한편 이디스는 파트너 피트와 함께 춤을 추다 어깨 너머로 고든을 본다. 둘은 반갑게 재회한다. 옛사랑으로 가슴이 요동치는 이디스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돌아간 고든의 마음을 되돌리려 안간힘을 쓴다.

피트와 관계가 틀어진 이디스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고든은 자신은 쓰레기라며 이디스를 멀리한다. 날 모른 척 해줘,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 친구에게 빌붙어 사는 거머리, 인생 실패자라며 등을 떠민다.

자신을 구렁텅이로 만든 주얼도 파티장에 나타난다. 돈 때문만이 아니니 같이 가자며 다가오는 주얼도 고든은 피한다.

파티는 새벽 넘게 이어진다. 오월제의 새벽이 온 것이다. 이디스는 불현듯 근처에서 일하는 오빠를 만나기 위해 새벽 거리로 나선다. 그곳에서 오빠를 만난 이디스는 오빠로부터 인생을 즐기라는 말을 듣는다.

사회주의자 신문을 만드는 오빠의 헛소리인가, 의심하는 이디스는 향수와 분냄새를 풍기는 자신을 돌아본다. 잘 차려 입은 자신과 새벽까지 일하는 오빠와 비교 하면서.

그 시각 군인들이 신문사 아래에 모여 고함을 친다. 그리고 몰려든다. 사무실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고 오빠 헨리는 군중을 말린다. 우리는 빨갱이도 독일놈도 아니라면서.

하지만 군인들은 빨갱이 맞고 독일놈 맞다며 행패를 부린다. 이곳 뿐만아니라 뉴욕 전체가 폭동으로 얼룩진다. 경찰이 들이닥치고 그 와중에 헨리는 다리가 부러지고 키는 건물에서 떨어져죽는다.

우리에게 '위대한 게츠비'로 잘 알려진 피츠 제럴드는 단편으로도 재능을 보였다. 그가 무려 160여편을 쓴 단편작가인 것을 알면 다들 놀랄 것이다.

이 많은 작품은 돈 때문에 쓴 것이 상당수 있어 비평가들은 돈벌이를 위한 작품이라는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여기 소개한 '오월제' 등은 오 헨리 작품들과 견줄 만큼 수준이 높다.

'위대한 게츠비'나 '밤은 부드러워' 같은 장편이 부담된다면 '오월제'나 '다시 찾아온 바빌론' 같은 단편을 읽으면 게츠비가 말하고자 하는 물질적 성공과 아름다움에 대한 집요함을 접할 수 있다.

팁: 본문에서 끝내지 못한 결론 부분을 보자. 고든은 결국 이디스도 주얼도 내쳤다. 오월제 다음날 날이 훤하게 밝았다. 숙취로 마취 혹은 혼수 상태의 고통을 느끼며 고든이 잠을 깼다.

옆에는 자신과 같은 생물체가 누워있다. 주얼과 결혼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삼십 분 후 고든은 일어나 밖으로 행했다. 스포츠 용품 점에서 리볼버 권총 한 자루를 샀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이스트 27번지에 있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관자놀이 바로 위에다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피츠 제널드 단편선을 번역한 김동욱 번역가는 후기에서 “적지 않은 비평가들이 피츠 제널드가 장편 소설을 창작하는데 쏟아야 할 에너지를 저질 단편소설을 쓰는데 낭비해 버렸다고 입을 모은다.”

“ 그가 쓴 단편에는 분명히 옥석이 뒤섞여 있다. 대부분 작품은 김빠진 맥주처럼 싱겁고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몇몇 작품은 보석처럼 찬란한 빛을 내뿜는다. 160여편의 작품 가운데 줄잡아 열대 여섯편은 미국문학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문학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아주 훌륭하다.”

그 훌룡한 작품 가운데 하나가 오늘 소개한 '오월제'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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