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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가를 인하하면 혁신 생태계가 조성된다는 기적의 논리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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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가를 인하하면 혁신 생태계가 조성된다는 기적의 논리에 부쳐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5.11.2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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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정부가 또다시 대대적인 약가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제약ㆍ바이오업계가 급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이 같은 소문을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아직 약가 제도 개편안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범제약ㆍ바이오업계가 이른 아침에 비상소집해 비대위까지 꾸린 것을 보면 업계에 미칠 파장이 심상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비대위가 출범한 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진행한 커뮤니케이션 포럼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이 참석, 새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 약가제도 개선방향을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그는 새 정부의 약가제도 개선 목표가 2012년 이명박 정부의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와는 다르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는 재정절감이 목적이었지만, 새 정부의 약가제도 개선은 재정절감이 아닌 혁신생태계 조성이 목표라는 설명이다.

요약하자면 약가구조를 개편 절감한 재원을 혁신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로 활용, 제약ㆍ바이오업체들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에 나서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의 설명이지만, 그가 내세운 타이틀들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었다.

2030년 5대 제약 강국 도약이라는 현 정부의 제약ㆍ바이오ㆍ디지털헬스산업 혁신성장 전략부터 일괄약가인하 당시 내세웠던 2020년 7대 제약 강국의 비전과 다르지 않았다.

글로벌 제약 강국의 비전을 담은 슬라이드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목표처럼 등장하고 있지만, 실상 목표로 제시하는 연도와 순위만 다를 뿐 올곧게도 거의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약가제도를 개편해 혁신을 추구하도록 이끌겠다는 논리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 대규모 일괄 약가인하를 포함해 건강보험 재정에 위기론이 불거질 때면 정부에서 가장 손쉽게 꺼내든 카드가 약가 인하였고, 혁신에 대한 가치 보상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이를 통해 R&D 투자를 유인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당시에도 정부는 제약계에 회초리를 들겠다고 엄포를 놨고, 약가를 인하하면 기업간 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돼 신약 개발이 가능한 규모의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혁신을 이끌 유인책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를 도입하고, 약가인하로 인해 줄어든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겠다며 제약특성화대학원을 설립했다.

이러한 유인책들이 효과를 거뒀다면 구태여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새로운 당근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터다.

디테일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모를까, 여전히 약가 조정으로 마련한 재원을 혁신에 대한 보상으로 활용하겠다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겠다는 접근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더군다나 일괄 약가인하 당시와 비교해 지금의 제약계는 체격이 커졌지만, 체력은 약해졌다.

일괄 약가인하 당시 상장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11~12%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일괄 약가 인하 이후로는 절반 가까이 줄어 이제는 6~7%선이 뉴노멀이 됐다. 

이 상황에서 무리하게 아랫돌을 뺀다면 윗돌을 괴기 전에 무너질 수도 있다. 범 제약업계가 긴급하게 비대위를 구성, 총력 대응에 내선 배경이다.

그러나 조 위원은 일괄 약가인하 당시에도 제약계가 죽는 소리를 했지만, 멀쩡하게 버텼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한 번 두들겨 팼는데도 살았으니 더 패도 되겠다는 논리나 다를 바 없다.

이번 만큼은 재정절감이 아닌 혁신 생태계 조성이 목적이라는 구호가 진심이라면, 약가 구조 개편은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 혁신 신약을 내놓기 시작한 국내 제약산업이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진행해야 한다. 

최근 국내 오픈이노베이션 행사에 참여한 모 글로벌 제약사 리더는 자신의 모국인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약가인하에 치중한 약가제도 개편으로 일본이 혁신 생태계에서 뒤쳐졌다고 진단했다.

앞서 일본 제약협회 회장 역시 일본 제약업계가 혁신에서 밀려난 배경을 같은 이유에서 찾았다. 

지금 정부의 발표가 미덥지 못한 것은 과거의 약가 제도 개편 사례가 칼날만 휘두른 채 성과에 대한 보상은 생색을 내는 수준에 그쳤고, 현재까지 공개된 새 정부의 개편 방향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부디 조만간 정부에서 발표할 약가 제도 개편안에 ‘재정 절감이 아닌 혁신 생태계 조성’이라는 진심이, 보다 디테일하게 담겨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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