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그리스 로마 신화도 아니고 뭐 이런 게 있나 싶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그을린 사랑’은 현대판 오이디푸스 왕이다. 신화의 탄생이 혼란이라면 이 영화는 내전의 한복판에 내던져진 결과물이다.
종교 싸움이 한창인 레바논. 기독교인 나왈(루브나 아자발)은 하필 이슬람 난민과 사랑하고 있다. 그 결과 임신까지 했다. 나왈은 가족의 수치다. 도망치다 들킨 그녀는 난민처럼 머리에 총알구멍이 나서 죽을 운명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절규로 겨우 살아남았다. 태어난 아이는 고아원에 보내지고 나왈은 죽어서라도 아이를 찾겠다고 다짐하면서 삼촌이 있는 곳으로 피신한다. 시간은 흘러 나왈은 무슬림 스파이가 되고 기독교 지휘관을 사살한다.
체포된 나왈은 감방에 갇힌다. 거기서 인간이 당할 수 있는 모든 고통을 경험한다. 그리고 임신. 고아원에 들어간 나왈의 아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도 엄마처럼 전사가 됐고 아들을 찾겠다는 엄마처럼 꼭 엄마를 찾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다 포로가 됐고 적에게 포섭됐다. 그는 기독교 민족주의자 감방의 고문 기술자로 변신한다. 감방에는 나왈이 있다.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어떤 것을 상상하더라고 그 이상이다.
나왈은 쌍둥이 자매를 낳고 석방된다. 석방된 나왈은 수영장에서 그렇게 찾고자 한 아들을 만난다. 발뒤꿈치에 표시된 세로로 표시된 세개의 점 때문이다. 그는 알아보나 아들은 어머니를 알아보지 못한다.
한편 나왈은 죽기 전에 자신의 직장 상사에게 두 개의 유언장을 남긴다. 쌍둥이 자식 잔느(멜리사 데조르모)와 시몬(막심 고데트)은 유언장에 따라 아버지와 형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 어려운 일을 쌍둥이들은 마침내 해낸다. 아버지를 찾고 형도 찾는다. 그런데 아버지와 형은 다른 인물이 아니라 같은 사람이다. 아버지이면서 형이다.
1 플러스 1일은 2가 아니라 1인 현실. 종교는 늘 전쟁 아닌 평화를 말한다. 하지만 종교는 평화보다는 전쟁 편이다. 어떤 종교이든. 이 영화에서만큼은 그렇다.
국가: 캐나다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루브나 아자발, 멜리사 데조르모
평점:
팁: 이쯤 되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과 견줄 만하지 않은가.
유언장을 받은 잔느의 오빠이며 시몬의 형이면서 두 사람의 아버지인 동시에 나왈의 야수였던 그는 두 눈을 찔러 마땅히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야 옳은가.
난리통이라고 해도 참으로 어쩌구니 없으면서 한편으로 이처럼 지저분할 수가 없다. 그을렸다고 해도 어떻게 그 뒤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
비극이라서가 아니라 너무나 잘 만들어 더 극적인 효과를 거둔 이 영화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기를.
한편 유언이 실현됐으니 이제 어머니의 영혼은 안식을 찾아야 한다. 쌍둥이 자식 또한 그래야 맞다. 또 하나의 아들도 그래야 하나. 우리의 역사에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처참한 버스 총격 장면은 내전과 종교 그리고 인간 본성이 어떤 것인지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