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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가 인하를 위한 낡은 프레임과 식상한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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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약가 인하를 위한 낡은 프레임과 식상한 비전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26.03.09 06: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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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정부가 대규모 약가인하를 예고한 후 숨고르기에 돌입한 가운데 그간 정책의 방향성을 항변하던 정부를 대신해 일부 언론에서 또다시 제약계를 공격하고 나섰다.

다른 제조업과 제약산업의 영업이익률 및 판관비율이 지나치게 높고, 연구개발비율은 글로벌 빅파마들에 비해 낮다는 것.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제네릭 약가 안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현실에 안주해 있어 약가인하라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앞서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와는 다르다며 십수년전 제약강국 비전과 일괄약가인하 당시 약가우대 제도를 내세웠던 정부만큼이나 낡고 식상한 주장이다.

일괄약가인하 이전부터 제약산업을 취재해 온 기자로서, 15년 넘게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제약강국이라는 식상한 비전
수년간 건강보험 100조 적자 위기설로 약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던 정부는 지난해 3월, 제약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네릭 약가제도 합리화’를 언급하며 이 같은 계획을 보다 구체화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난해 11월, 공개적으로 약가제도 개편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여당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하여’라는 엉뚱한 명분을 들고 나왔다.

2012년과는 달리 현 정부에서는 ‘재정 절감’이 아닌 ‘신약개발 유도’가 약가제도 개편의 목표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제약강국을 향한 비전을 제시하며 신약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들을 나열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정책이 2012년과 다르다는 그의 주장과는 달리, 제약강국을 향한 비전은 적어도 십수년, 길게는 20년 이상 숫자만 바꾸고 있는 식상한 캐치프레이즈에 불과했고, 들고나온 신약개발 우대 정책 역시 2012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9년 일괄약가인하 전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를 추진하던 정부는 2018년 7대 제약강국으로 거듭나겠다면서 3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제약사를 3개 이상, 1조원 이상은 10개 이상을 만들겠다고 내세웠다.

이어 일괄 약가인하로 방향을 튼 2011년에는 ‘Pharma Korea 2020’이라는 이름하에 기간만 늘려 다시 7대 제약강국을 들고 나왔다.

이후로도 수차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숫자만 바꿔 최근에는 2030년 5대 제약강국으로 또 다시 판을 갈았다.

비전에 성의가 없으니 실속도 없었다. 지난해 제약계 인사들과 제네릭 약가 합리화 계획을 공유했던 정부 관계자에게 그간의 성과를 묻자 그나마 내세운 것은 ‘렉라자’ 하나였다.

2018년 3개 이상을 만들겠다던 3조 이상의 제약사는 최근에야 등장했고, 그나마도 신약개발사는 아니다.

신약개발 경험이 있는 제약사 가운데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유한양행이 이제 막 2조원을 넘어선 것이 무성의한 제약강국 비전과 실속 없는 정부 지원책의 결과물이다.

 

◇온실 속 화초라는 낡은 프레임
정부의 약가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되니 일부 언론에서도 거들고 나서는 모양새다. 늘 그렇듯 국내 제약산업이 온실속 화초처럼 제네릭에만 안주해 있다는 주장이다.

주장은 제약산업의 이익률과 판매관리비율, 연구개발비율 등의 지표를 근거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를 토대로 국내 제약산업의 영업이익률이 16.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연구개발비율은 턱 없이 적다는 주장이다.

16.5%의 영업이익률. 제약계도 기꺼이 약가인하를 받아들일 것 같은 놀라운 수치다.

현실도 그럴까? 필자는 2009년 이후 매분기 바이오 업체를 제외한 상장제약사들의 실적을 정리해왔다.

결산기 변경, 지주사 전환, 신규 상장 등 다양한 이슈로 변수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이 16%에 달했던 기억은 전무하다.

▲ 국내 상장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 추이(과거 의약뉴스 기사 기준). 2012년 일괄 약가인하로 크게 줄어든 이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국내 상장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 추이(과거 의약뉴스 기사 기준). 2012년 일괄 약가인하로 크게 줄어든 이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의 기사를 뒤지니 상장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12.0%로 가장 높았고, 2010년까지 두 자릿수를 유지했으나, 일괄 약가인하 후 한 번도 두 자릿수를 회복하지 못했다.

특히 일괄약가인하로 반토막이난 영업이익률은 2020년 코로나19의 여파로 4.0%까지 하락한 후 조금씩 회복, 2024년에는 일괄 약가인하 당시와 같은 6.4%까지 올라섰다.

반면, 이 기간(2009년~2024년) 상장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율은 6.4%에서 8.4%로 상승했다.(총액 기준 평균)

2009년 조사대상 40여개 상장제약사들의 합산 영업이익 규모가 약 8000억원으로 연구개발비 5000억을 상회했던 반면, 2024년에는 62개사의 합산 연구개발비가 1조 9560억원으로 영업이익 1조 4395억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약계가 막대한 이익을 남기며 연구개발에 소홀하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산업에 대한 몰이해가 자리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제네릭 약가제도 합리화와는 무관한, 신약개발과도 거리가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45.4%에 달한다.

2024년 60여 개 상장제약사들의 합산 영업이익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그 해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7.8%의 영업이익률로 상장제약사 전체 영업이익과 유사한 1조 32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제네릭 약가제도 합리화’와 전혀 무관한 단 하나의 바이오업체로 통계를 뒤흔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네릭 약가인하의 논리에 끌어다 쓰고 있는 현실이다.

같은 해 셀트리온 역시 30%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로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어울리지 않는 빅파마와의 비교
최근 진행된 정책토론회에서도 낡은 프레임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의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제네릭 약가 수준이 해외에 비해 높은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비율은 글로벌 빅파마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제네릭 약가가 해외보다 높다는 주장에 앞서, 국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어느정도 수준인가는 명확하지 않다는 맹점이 있다.

그간 정부는 우리나라의 약가 수준을 비교하는 연구를 불신해 왔다. 정부측과 생각을 같이하는 학자들 역시 해외 약가 비교는 폄하하고 있다. 해외 약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이유다.

해외 오리지널 약가 수준이 명확하지 않은데, 오리지널 약가 대비 제네릭 약가비교가 올바를리 만무함에도 오리지널 약가는 무시하고,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가 비율은 맹신하는 모순이다.

연매출 50조원 이상, 많게는 100조원을 상회하는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연구개발비율 비교도 억지스럽다.

국내 제약사 중 바이오업체를 제외하면 가장 덩치가 큰 유한양행이 이제 막 2조원을 넘어섰고, 바이오업체를 포함하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5년에야 4조원을 넘어섰다.

더군다나 빅파마들의 영업이익률은 20~40%선에 이르고 있다. GLP-1 RA로 주목받고 있는 릴리의 영업이익률은 40%를 넘어섰고, MSD가 약 30%, 아스트라제네카는 약 20%로 보고했다. 

그에 비하면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빅파마의 티끌만한 영업이익에도 그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했다.

 

◇바이오시밀러 성공의 역설
일각에서는 빅파마들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를 신약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찾아 국내 제네릭 산업에 문제를 제기한다.

반면, 제약계에서는 아직까지 제네릭의 비중이 큰 국내 제약산업의 현실을 고려해 호흡을 조절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에서 십수년간의 제약강국 비전을 통해 배출한 신약으로 ‘렉라자’ 하나만을 꼽았을 만큼, 아직 국내 제약산업이 신약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이끌어 나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네릭에 약가를 낮춰 신약개발을 유도한다는 정책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제약계 역시 지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당시 신약 개발로 나아가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니 궁색하긴 하다.

그러나 실제로 당시 우리나라에도 블록버스터를 바라보는 파이프라인이 적지 않았다.

현재 전세계 제약시장을 이끌고 있는 장기지속형 GLP-1 RA를 비롯해 전 세계 두 번째 3세대 표적항암제와 광범위 항생제까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됐다면, ‘제약강국 비전’ 속 블록버스터가 지금껏 렉라자 하나뿐이지는 않았을 터다.

특히 국산 바이오시밀러의 성공사례를 보면, 빛을 보지 못한 파이프라인들이 더욱 아쉽다.

제약계에서는 그간 국산 신약이 해외에서 정당하게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거의 같은 수준의 약가를 인정받을 수 있었고, 해외에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고 있다.

반면, 앞서 출시된 국산 신약 중 일부는 국내에서 홀대 받은 끝에 해외에서도 인정받지 못했고, 최근에는 해외에서 먼저 출시한 후에야 국내에 들어오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그렇게 타이밍을 잡지 못했던 정부가 이제 또다시 제네릭 약가를 인하해 신약개발을 유도한다며 발목잡기에 나섰다.

 

◇중국의 성공과 일본의 실패
제약산업 출입기자로서 현 상황이 안타까운 이유는 국내 제약산업을 향한 시선들이 너무나 편협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해외 학회는 중국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불과 5년 전 간간이 보이던 중국 제약사들의 데이터가 이제는 주요 무대를 장악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반면,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 당시 정부가 모범사례로 제시했던 일본계는 자취를 감추었다.

이 같은 차이는 정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규제를 걷어내며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사이 일본은 특허 존속 의약품까지 약가를 인하하며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내렸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100조 위기설로 제네릭 약가 손질을 경고하던 정부가 이제는 재정 안정이 목표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방향타는 틀지 않았지만, 목표는 바꾸었다는 의미인가.

약가 인하를 통해 국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고,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배출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로 더 없이 이상적이겠지만, 현 상황에서 두 목표를 하나의 방향타로 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약가 제도 개편의 방향성을 설명하던 관계자에게 약가를 인하하면 신약개발이 활성화된다는 논리를 막연한 추론이 아닌 근거로 제시해 달라했지만, 아직 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다.

재정 절감을 위한 정책과 신약개발을 위한 정책 모두 그에 맞는 최적의 전략을 세워야 함에도 명분만 앞세워 이 둘을 섞어버린다면, 어느 목표도 제대로 달성할 수는 없을 터다.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제약사가 메꿔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찌보면 다소 뻔뻔하지만 비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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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2026-03-09 11:32:05
정확한 근거에 의한 기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