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아니 미국이라서 더 어렵다. 어려서 어려우면 커서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는 존재도 없고 약쟁이 어머니 아래서 자라는 흑인 리틀(알렉스 R. 히버트)에게 미래는 현재보다 더 큰 고통의 예약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따뜻한 손길이 다가온다. (로또 맞을 만큼 어려운 일이다.)
마약상이 자신의 창고에 숨어 있던 리틀을 집으로 데려온다. 그의 아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과연 천사답게 따뜻하고 정갈한 음식을 대접한다. 음식 앞에서 수줍은 그는 서서히 마음을 연다.
천사는 친아들처럼 친근하게 대하고 잠자리까지 제공한다. 친절은 이어진다. 마약상은 수영도 가르친다. 이쯤되면 배리 젠킨스 감독의 ‘문라이트’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해 은혜를 갚는 개천에서 용 나는 흑인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관객들은 그러기를 기대하는 마음 까지 갖는다. 하지만 리틀이 친구들이 자신을 부르는 호모가 무엇인지 물을 때 싹수가 노랗게 흘러간다는 감을 잡는다. 흑인의 성장 영화는 어느새 게이들의 사랑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옮겨진다.
성장한 리틀 샤이론(애쉬튼 샌더슨)은 학교에서 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그는 복수한다. 복수의 대가로 감옥행이 기다린다. 성인이 된 세 번째 블랙( 트레반트 로즈)은 어느새 자신을 돌봤던 마약상처럼 마약상으로 성장해 있다.
어머니는 만신창이가 된 상태. 둘은 만나 모자의 정을 나눈다.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나 그것 이상은 아니다. 혈육이 밥 먹여 주지 않는다. 그 직후 블랙은 청소년기 자신을 이성으로 대한 친구 케빈을 찾는다.
케빈은 그에게 주방장 특별 음식을 내온다. 리틀이 어릴적 느꼈던 그 따뜻한 음식 앞에서 성인이 된 블랙의 마음은 흔들린다. 그리고 사랑의 감정은 폭발 직전에 이른다. 그의 눈은 게이의 본성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는다.
서로는 왜 전화했고 왜 찾아 왔는지 진짜 이유를 물으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된다.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났다. 그때 마이애미 해변의 야자수 바람은 예전에 그와 첫 경험이 있을 때처럼 가볍게 불어오고 파도는 출렁이고 하늘의 달은 파랗게 물들고 있었다.
국가: 미국
감독: 배리 젠킨스
출연: 알렉스 R 히버트, 애쉬튼 샌더슨, 트레반트 로즈
평점:
팁: 자신을 친아버지처럼 대해준 따뜻한 남자는 어느 순간 죽어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의 아내 테레사는 살아서 현재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지만 역시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에 중요한 인물이었던 두 사람이 사라졌으나 영화는 그것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두 흑인 남자의 사랑으로 이어진다. 앞서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렵다고 했는데 역시 맞는 말이다.
자신에게 아버지 같은 사랑을 베푼 마약상처럼 그도 목과 팔뚝에 금칠을 하고 금이빨을 달고 다닌다. 과연 그 길을 그는 벗어날 수 있을까.
케빈은 결혼해 자식이 있으나 아내와는 헤어졌다. 그 역시 친구처럼 감옥을 갔다 왔고 현재 보호관찰 중이다. 주방장 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는 일. 두 사람이 서로 사랑을 확인한 것만으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영화는 거기서 멈춘다. 관객들은 더는 고통스러울 필요가 없다. 더 나가서 지저분한 꼴을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미래는 고비마다 흔들리는 화면처럼 위태롭기 짝이 없을 것이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