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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6-11-06 19:14 (금)
217. 타르튀프(1664)- 위선자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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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타르튀프(1664)- 위선자가 가는 길
  •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승인 2026.05.12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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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뉴스]

책 읽기가 시들할 때가 있다. 가뭄의 풀잎처럼 영혼이 쪼그라들때면 만사가 귀찮기 마련이다. 세상에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한가하게 책이나 붙잡고 앉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든다.

차라리 낮잠이나 실컷 자고 말 것을 후회할 때도 있다. 독서가 마음의 양식이라고 하지만 마음보다는 몸이 먼저 휴식을 훤할 때가 있다. 몸이 있고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독서에 미련을 버리고 날 때쯤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몰리에르의 희곡 ‘타르튀프’가 있다면 생각은 달라진다. 역시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무릎을 딱하고 치기 마련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타르튀프는 성직자의 가면을 쓰고 있다. 얼마나 가면이 근사한지 오르공은 타르튀프야말로 종교인의 전형으로 추앙해 마땅하다고 여긴다. 눈에 뭐가 씌면 누가 뭐라고 해도 잘 들리지 않기 마련인데 오르공 역시 자기 아집에 빠져 타르튀프를 신처럼 모신다.

▲ 위선자의 대명사이자 책의 제목인 '타르튀프'는 성직자의 거짓을 거침없이 까발리고 있다. 400전에 나온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예리한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 위선자의 대명사이자 책의 제목인 '타르튀프'는 성직자의 거짓을 거침없이 까발리고 있다. 400전에 나온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예리한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그는 사위로 점찍어 놓은 약혼자 발레르 대신 딸 마리안을 타르튀프에게 시집을 보내려 한다. 하녀 도린 조차 그가 사기꾼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과감하게 그건 안 된다고 말하지만 오르공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리안은 절망에 빠진다. 강제로 결혼시키면 죽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오르공은 아비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물러설 기미가 없다. 그분만큼 고매한 인격을 가진 사람은 없다면서.

온 가족의 말보다 타르튀프를 더 신뢰한다. 이쯤되면 결론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혼사 직전 타르튀프는 자멸한다. 마리안도 부족해 오르공의 아내 엘미르까지 넘본다. 사랑이 아니라 하룻밤 노리개로 삼으려고 했던 것.

이 사실을 부인은 오르공에게 털어 놓는다. 하지만 오르공은 성직자로 추앙받을 분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한사코 부인한다. 부인은 오르공을 탁자 아래에 숨게 하고 타르튀프와 단둘이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타르튀프는 엘미르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딸과 결혼하려는 자가 자기 아내에게 추파를 던지자 오르공을 비로소 타르튀프의 실체를 파악안다. 사기꾼이며 불한당. 오르공은 뒤늦게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이 놀라운 희곡이 400년 전에 씌여졌다. 공연은 험난했다. 당연히 성직자들의 반대가 있었다. 자신들을 풍자했다고 본 것이다. 막은 금지되고 몇 차례 수정 끝에 5년 후인 1669년에 세상에 나왔다.

이후에도 가톨릭의 반대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위선자의 대명사인 ‘타르튀프’는 몰리에르의 명성에 환호를 더하고 있다.

팁: 오르공에게 실체를 들킨 타르튀프는 어떻게 됐을까.

자신의 위선이 탄로 나자 위선자답게 그는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오르공을 협박해 그가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계약서를 근거로 집을 빼앗고 주인을 쫓아내려고 한다.

인정사정없는 인면수심의 인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명한 국왕의 판단 아래 오르공은 온전히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 국왕은 사기 행각을 끔찍이 싫어해 사기꾼이 제 것이라고 주장하는 모든 서류를 빼앗아 오르공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아무리 교묘한 자라고 해도 폐하의 통찰력 앞에 그만 당하고 말았던 것. 오르공은 자신의 실수를 발레르와 마리안의 결혼을 승낙함으로써 만회했다.

한편 국왕에 의해 쉽게 해피앤딩으로 극이 마무리가 된 것은 통쾌하기보다는 어색하고 인위적인 결말이다. 국왕이 가톨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허락한 이유가 자신의 통찰력을 인정한 이 극의 마무리 때문이 아닌지 생각한다.

몰리에르가 그 정도는 양보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어쨌든 오늘의 결론은 노는 대신, 낮잠 자는 대신 책 읽는 재미가 역시 낫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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