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수련병원을 옮긴 전공의에게 이전 병원에서 발생한 짧은 미이수 기간을 이유로 추가수련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1년을 다시 수련하도록 명한 행정처분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전공의 A씨가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전공의 수련연차 부적합 통보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A씨는 과거 B병원에서 수련을 받던 중 골절상을 입어 38일간 휴가를 사용했다. 이로 인해 1년차 수련연도 기간 중 이전 사용분을 포함해 총 43일간 수련을 받지 못했다. 법령에 따르면 1개월 이상 수련을 받지 못한 경우 1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대해 추가수련을 받아야 하므로, A씨가 채워야 할 추가수련 기간은 13일이었다.
이후 2, 3년차 수련을 이어가던 A씨는 의대 정원 증원 사태 속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나왔다. 육아와 이사 등으로 기존 병원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진 A씨는 사태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집 근처 C병원의 상급연차 레지던트 모집에 지원해 합격했다.
하지만 C병원이 A씨를 4년차로 보고하자 수평위는 부적합 통보를 내렸다. 1년차 수련 당시 발생한 13일의 결손을 채우지 못해 3년차까지의 과정을 완전히 이수한 상태로 볼 수 없고, 수련병원이 달라졌기 때문에 새로운 병원에서는 추가수련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A씨는 13일의 결손 때문에 D병원에서 3년차 수련을 처음부터 다시 1년 동안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재판부는 수평위의 이 같은 처분이 법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부당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권익을 제한하는 침익적 행정처분은 법령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전문의수련규정 등 관련 법령은 부득이한 사유로 수련을 받지 못한 경우 추가수련을 받을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수련병원이 변경된 경우 새로운 병원에서 추가수련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평위가 근거로 제시한 ‘중도 사직자는 사직 시점의 추가수련을 해당 병원에서 이수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내부 방침에 대해서도 법원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조직 내부의 규칙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사전에 명확히 공표하지 않은 내부 지침을 근거로 전공의에게 수련기간 1년 연장이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또한 수평위 측은 다른 병원에서의 추가수련을 허용할 경우 수련의 연속성이 무너지거나 전공의들이 선호 병원으로 이탈하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배척했다.
재판부는 “이미 보건복지부 고시와 학회의 전산시스템을 통해 전국 수련병원의 교과과정을 표준화했다”며 “수련기관 사이에 기본적 통일성과 동질성을 확보해 둔 만큼, 부족한 수련을 새 병원에서 채운다고 해서 수련의 연속성을 훼손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가 채워야 할 기간이 단 13일에 불과하고, C병원 응급의학과장 역시 표준화된 과정에 맞춰 추가수련과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현행 제도 아래서도 수련병원 변경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13일의 추가수련을 허용한다고 해서 전공의들의 이동을 부추긴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