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식약처가 3상 임상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한 신약에 대해 기존 시판 치료제 대비 우월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품목허가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약사법상 허가 요건은 안전성과 유효성으로, 기존 약제 대비 우월성이 아니며, 이를 이유로 시장 진입을 막는 행위는 법적 근거 없는 기본권 제한이자 재량권 일탈ㆍ남용이라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기업 A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제조판매 품목허가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처분을 취소했다.
A사는 자가 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중증 무릎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B의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H심의위원회) 자문을 거쳐 “대조약 대비 효과가 임상적 유의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했고, 1차 반려처분을 내렸다.
이에 A사가 자료를 보완해 2차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나 식약처는 “종전 심사 완료 자료 외에 새로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여전히 임상적 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재차 반려처분을 결정했다.
A사는 이 2차 거부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소송에서 식약처는 3상 임상에서 확인한 통계적 유의성과 규정상의 임상적 유의성은 별개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기존 관절염 치료제로 시판 중인 히알루론산이나 스테로이드 제제 등에 비해 효과의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해 시판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중앙약심의 의견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식약처의 처분 사유가 법령의 한계를 벗어난 자의적 판단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품목허가ㆍ심사 규정 제19조 제4호에 따라 3상 임상시험에서 사전 승인된 통계분석계획에 맞춰 검증가설을 입증했다면 임상적 유의성을 인정하고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라며 “중앙약심 회의록에서도 3상 임상 결과의 통계적 유의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내세운 우월성 기준에도 위법성을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약사법은 의약품 품목허가 요건으로 안전성과 유효성만을 규정할 뿐 기존 시판 의약품보다 치료효과가 우월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기존 의약품 대비 우월성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에서 기존 약을 보호하고 신규 진입을 제한하는 행위로, 법률유보원칙상 명확한 법률 근거 없이 제약사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다루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비용효과성과 치료효과성을 비교해 요양급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으나, 위험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경찰법 성격의 약사법은 체계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약사법상 근거 없이 임상적 유의성 개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시장 진입 제한 용도로 전용하는 행위는 허용할 수 없다”며 “유사 효능을 가진 다수 제네릭이나 후속 약물이 시판 중인 현실에서 해당 품목에만 선별적으로 우월성 기준을 적용한 점 역시 평등원칙과 행정의 자기구속 원칙에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중앙약심 심의 과정의 불공정성 문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1차 심의 당시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 부족 의견을 주도한 모 위원이 당시 경쟁 관계에 있는 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벤처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다”며 “2차 심의에서도 식약처 공무원들이 종전 심의 결과를 전제로 논의를 유도해 위원들의 심의 범위를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식약처가 주장한 재신청 시 종전 심사 자료 제외 내부 고시에 대해서도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 지침에 불과해 법원의 심판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나아가 재판부는 “식약처의 2차 거부처분은 법령상 근거가 없거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원고의 청구를 인용해 해당 처분을 취소하기로 판결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