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대법원이 30여 년간 유지해 온 비의료인 문신 시술 처벌 판례를 변경하면서 통상적 문신이 합법화 수순을 밟게 된 가운데, 이번 사법적 판단은 위해 관리 방식을 의사 독점에서 비의료 전문 규제로 전환한 것이라는 법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지난 5월 대법원 판결로 기존 의료법상 처벌 근거는 사라졌으나, 문신사법 시행일인 내년 10월 29일까지 약 1년 5개월간 관리 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잠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원 윤서영 박사는 최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통상적 문신행위의 비의료행위성과 법정책적 함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윤 박사는 지난 5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2도13370 서화문신 사건, 2021도15611 미용문신 사건)을 분석했다.
대법원은 1992년 눈썹 문신 판결과 2004년 서화문신 판결 이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일률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해 왔다.
이에 따라 시술자는 사업자등록이 가능함에도 형사처벌 위험을 안고 활동해 왔다.
윤 박사는 과거 규율 방식을 두고 “법원은 질병 예방이나 치료 목적이 아님에도 신체 침습과 위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행위를 의료 영역에 포함해 왔다”며 “위생 관리 능력을 갖춘 비의료인은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고, 의사는 면허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문신의 미적 전문성을 인정받는 제도적 결함이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은 위험의 존재와 의료행위성을 분리해 해석했다”며 “문신 시술의 성공 여부는 의학적 호전이 아니라 피시술자가 요구한 디자인과 미적 완성도에 있고, 감염과 침습 위험은 표준화된 소독과 멸균, 일회용 바늘 사용, 염료 규제 등 비의료적 관리 수단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험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의사 면허 독점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형벌은 최후수단이어야 한다는 게 윤 박사의 설명이다.
다만 윤 박사는 판례 변경이 모든 문신 시술의 무제한적 허용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이 판시한 비의료 영역은 통상적 서화문신과 미용문신에 한정된다는 설명으로, 향후 하위법령에서 문신사의 업무와 의료행위의 기능적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정상 피부를 대상으로 예술ㆍ장식ㆍ미용 목적의 표준화된 기계와 염료를 사용하는 행위는 문신사의 업무로 규정할 수 있지만, 레이저를 활용한 문신 제거술은 화상, 흉터, 색소침착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고도의 의학적 판단과 처치가 필요한 만큼, 의료 영역에 남겨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명과 안구 내 염증 위험이 큰 안구 문신, 주사마취와 전문의약품 사용, 유방암 수술 후 유두ㆍ유륜 재건 등 질환 진단과 평가가 결합된 재건 문신 역시 의료행위로 분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 박사는 판례 변경과 법 시행 사이의 과도기적 관리 공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대법원 판결로 통상적 문신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됐으나, 제정된 문신사법은 2027년 10월 29일에야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전까지 문신사 면허, 개설등록, 시설 기준, 부작용 보고 등 통합 관리 체계가 가동되지 않는 상태가 이어진다는 것.
윤 박사는 “공중위생관리법에도 문신업이 포함돼 있지 않아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점검이나 행정처분이 불가능하다”며 “상해죄나 폐기물관리법 등 사후적이고 분산된 일반 법령만으로는 감염병 예방과 사전 위생 관리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신사법 부칙을 개정해 핵심 위생 의무를 조기 시행하거나 한시적 등록제를 도입하는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며 “법 개정 전이라도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전문가 단체가 표준 위생지침과 표준 동의서를 보급하고, 보건소에 부작용 신고창구를 설치해 관리를 가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신사 국가시험 운영 방식과 관련해서는 “시험이 도안의 미적 완성도나 화풍, 예술성을 평가하는 제도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며 “시험은 혈액매개감염 예방, 멸균 및 기구 소독, 폐기물 처리, 이상반응 초기 대응, 의료기관 의뢰 기준 등 안전 관리 역량을 검증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종사자의 대다수가 1인 샵을 운영하는 현실을 고려해 교차오염 방지 등 핵심 기준은 유지하되 물리적 격벽 설치 등은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과거 의료법 위반 전력자 배제를 방지하는 등 연착륙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시장 음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윤 박사는 “문신 규제는 염료 추적, 시설 기준, 절차 준수, 공적 정보 공개 체계로 재편해야 한다”며 “문신사와 피부과ㆍ감염내과ㆍ응급의학 전문가, 독성학자, 법학자,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상설 자문기구를 꾸려 현장 기술과 안전 기준을 갱신해 나갈 방침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