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정부가 무약촌을 대상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의약품 접근 취약지역을 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와 함께 약국이나 24시간 판매점이 없는 지역의 판매점 등록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약사법은 안전상비의약품을 20개 품목 이내에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고시상 13개 품목이 지정돼 있지만 2개 품목이 생산 중단돼 실제 판매 가능한 품목은 11개다. 약국이 아닌 곳에서 이를 판매하려면 24시간 연중무휴 점포 등 등록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무약촌은 최근 의약품 접근성 논의에서 약국과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이 없는 지역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돼 왔다. 이에 따라 판매요건 완화 대상이 되는 무약촌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한지아 의원이 1월 대표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에는 2025년 6월 기준 전국 3636개 읍ㆍ면ㆍ동 가운데 약국과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이 모두 없는 곳이 556곳이라는 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이 수치는 앞서 국정감사에서도 농어촌 등 무약촌의 24시간 판매요건 완화 필요성을 설명하는 근거로 제시됐으며, 개정안은 이들 지역에서 판매자 등록기준을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김태호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무약촌이 1453곳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기준 전국 법정 읍ㆍ면ㆍ동 5067곳 가운데 약국과 상비약 판매 편의점이 모두 없는 지역을 집계한 결과로, 전 지역 중 28.7%가 해당했다. 전북 43.9%, 전남ㆍ광주 42.1%, 경북 39.4% 등 지역별 차이도 나타났다.
그러나 약사회는 이 같은 통계가 실제 주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법정동이 실제 주민 생활권이나 인구분포와 일치하지 않아 비주거지역이나 인접 상권과 연결된 지역도 별도 무약촌으로 집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약사회는 그 근거로 청와대가 위치한 종로구 궁정동과 전쟁기념관이 있는 용산동1가, 한강 수면구역을 포함한 영등포구 양화동 등을 사례로 들었다.
해당 법정동 안에 약국이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가 없더라도 실제 생활권에서 의약품 접근성이 낮다고 바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약사회가 주민 생활권에 가까운 행정동을 기준으로 전국을 다시 분석한 결과 약국과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가 모두 없는 지역은 읍ㆍ면 457곳과 동 9곳 등 총 466곳이었으며, 해당 지역 인구는 약 83만 6000명이었다는 전언이다.
약사회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대표점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이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업소까지 도로 이동시간을 측정한 결과 452곳이 자동차로 30분 이내, 347곳은 15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분 기준은 보건학계 연구에서 일차의료 취약지 선정에 준용한 차량 이동시간을 적용했다.
여기에 더해 약사회는 보건소ㆍ보건지소ㆍ보건진료소 등 지역 공공보건 인프라도 의약품 접근성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보건시설까지 범위를 넓히면 466곳 가운데 464곳이 자동차로 15분 이내, 347곳은 5분 이내에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판매시설 유무를 기준으로 한 기존 무약촌 대신 이동시간과 인구구조, 공공보건시설, 야간ㆍ휴일 접근성, 고령ㆍ만성질환자의 복약관리 필요성을 함께 반영한 ‘약료 취약지’ 개념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의약품 접근 취약지역에 대한 실태조사와 지자체 중심 공공약국 확충, 공중보건약사 제도 도입, 지역 공공보건 인프라의 의약품 제공ㆍ복약관리 기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농어촌과 도서ㆍ벽지의 의약품 접근성 문제는 단순히 판매처의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필요한 의약품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과 함께 약사의 상담과 복약관리를 받을 수 있는 공공보건의료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