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뉴스]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최종 수술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의 초기 수용 자체를 거부한 병원에 보건복지부가 내린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1심 법원이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여 처분을 취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취소하고 복지부 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했다.
대전고등법원은 학교법인 A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중단 및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23년 3월 19일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환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시작했다. 당시 10대 응급환자가 추락 사고를 당한 뒤 여러 병원에 수용 여부를 문의했으나 거절당했고, 장시간 이송 끝에 결국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사건에 연루된 A법인 산하 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해 응급의료법 제48조의2 제2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6개월간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는 처분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병원 측 주장을 수용해 처분을 취소했으나 복지부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수용 확인을 요청했을 당시 병원의 진료 역량에 주목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수용 요청 당시 해당 병원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을 포함한 의사 4명이 근무 중이었고, 전체 28개 병상 가운데 13개 병상이 비어 있었다.
이에 “당시 인력과 시설을 고려할 때 일단 환자를 수용해 기도 확보, 산소와 수액 공급 등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활력징후를 지속해서 점검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외상외과 전문의들이 다른 중증외상환자 수술에 투입돼 추가 수술이 불가능했다는 병원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에게 후두부 부종이 있어 뇌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당시 다른 수술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경외과 진료 가능성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전 환자의 검사를 마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대기하고 있어 혈관조영술이나 색전술 등 긴급 처치가 가능했던 점도 함께 짚었다.
전화로 전달받은 일부 정보만을 근거로 진료를 거부하는 관행에 대해서도 사법적 한계를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응급의료기관이 전화로 전달받은 단편적 정보에만 기초해 특정 진료과목 진료가 어렵다는 이유로 선별 거부하는 행위에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다면, 응급환자가 제때 필요한 조치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사태를 방지하려는 응급의료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을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분의 비례성 측면에서도 행정청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의료진 부족과 응급실 과밀화 속에서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노력한 사정은 참작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이번 처분은 지정 취소나 업무정지가 아니라 시정명령과 6개월간 재정 지원 중단에 그쳐, 달성하려는 응급환자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보다 병원이 입는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