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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비구니 사는 암자로...은혜 찾아 조금씩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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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비구니 사는 암자로...은혜 찾아 조금씩 조금씩
  • 의약뉴스
  • 승인 2009.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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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잠시 가다듬어 조금씩 걸어 그대에게 다가 가겠소.

은혜씨 당신은 무엇이 두려워 이 깊은 산속 절간에 은신하여
그대의 모습을 숨기고 있소이까?

그대와의 헤어지던 순간 우리 함께 나눈 약속은 혹시 잊으시진 않으셨겠지요.
이 본이 군에서 제대하는 해 73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는 서울역 시계탑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 하지 않았습니까?

남은 시간이 이제 10개월도 안 남았는데 이곳 절간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은혜씨! 당신이 왜 절사람이 되어야 하나요.
그대에게 무슨 허물이 있다고 푸른 동강 물결같이 부드러운 그대의 긴 머리를 잘라내고 사바세계를 멀리하는 비구니가 되어야 한단 말이요.

세상과 등진 채 수덕사의 상징이 된 김일엽 여승의 뒤를
은혜 그대가 따르겠다는 심산이요.
그대가 혹시 화류계 출신이라고 자책한 나머지 속죄의 심정으로 그 길을 택하였다면 너무 가혹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소이다.

그대가 화류계 세계에 잠시 머문 것은 그대의 잘못이 아니고 그만큼 이 세상이 험난하고 척박했기에 그대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조금 구정물에 젖었을뿐이지 당신의 영혼은 아직도 지고지순, 순결하오이다.

그대가 잉태했던 우리의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었더라면 당신은 아마 이곳에 있지 않고 반드시 이 본을 찾아 나섰을텐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험난하여야 한단 말인가?
그대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 여성이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봉건주의 시대의 고정관념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굳건히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인가요.

우리나라 근대이전 유교사상속의 여성관 삼종지도와 지엄한 정조관, 모든 여성으로 하여금 재가종부(在家從父) 집에서는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적인종부(適人從夫) 시집을 가면 지아비에게 순종하며

부사종자(夫死從子) 지아비가 죽으면 아들의 뜻을 따라야 하며 정조를 잃으면 죽음으로 죄 값을 치르는 등,

유교사상이 정치 사회 이념이었던 조선시대의 여성들은 어떠한 주체성도 갖지 못하는 철저한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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